1. 어덯게 만들어지고 사용되었는가

  한반도 곳곳에 널려 있는 민중의 예술 형식을 오늘의 우리가 그린 눈으로 보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제 필자는 朝鮮朝 후기의 민중예술 가운데 한 부분인 시각 형식을 살펴 보고자 한다. 그 중에서도 그림을 중심으로 할 것이며 가능한 한 그림 자체의 분석을 피하고 그것의 매체적 특성을 기준으로 얘기하고자 한다고 하면서 그림이 어덯게 만들어지고 사용되었는가를 이야기 하려 한다고 했다.

임진, 병자의 양대 전쟁을 겪은 한반도는 극심한 변동을 일으킨다. 정치적인 갈등, 경제적 문란, 사회적 변동 등으로 보기 드믄 파탄의 현상이 일어나면서도, 경제적 질서가 재편성되는 과정으로 말미암은 농경사회의 해체과정(이점은 인구의 재편성에 따른 다양한 생산 산업구조로의 발전과정, 즉 상업적 농업의 발달, 상품 화페 경재의 발전, 수공업, 광업 등의 발전이 그것이다) 은, 다양한 생활 문화의 양상을 가능케 함으로서 문화적 체험의 확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소지를 마련하게 되었다. 가령 朝鮮 후기의 남사당패는 전문적인 예인 집단으로서 두례농악대의 발전적 형태이며, 그것의 사회적 토대가 넓을수록 양적인 확대와 질적인 발전을 거듭하리라는 판단이 설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일반 평민들의 생활 기반이 다양한 생산 양식으로 확대됨으로서 시각 매체의 수용폭도 넓어 졌을 것이며, 오늘날까지도 당시의 걸게그림이나 액자그림, 병풍그림이 숱하게 남아 있음은 그것을 증명 한다. 더우기 무당집이나, 여러 당(堂), 각(閣), 사(寺)에서 오늘날에도 매체의 쓰임새가 지속되고 있는 종교적 그림들은 엄청나게 많다. 이상과같이 비교적 종이나 베 위에 붓으로 그려진 상태와 더불어 굳이 그런 정형을 파기한 상태의 시각 매체적 형태는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가령 탈 이나 각종 연회에서 쓰이는 깃발 및 장식물, 그 의상들이 그것이다. 넓은 의미로 이상의 것들이 그림으로서 시각 매체라 하겠다. 

그렇다면 그 많은 조형물들이 누구에 의해 만들어 졌을까 ? 국가기관인 도화서의 화원 또는 이름없는 화공 및 화승, 그리고 그림으로 생계를 꾸려 나가지는 않지만 어느 마을에서 재주를 인정받고 있는 사람들이 그 구성원임은 약간의 자료들과 추측에 의하여 확인 된다. 한편으로 그들의 신분 계층이 유랑 화공이거나 마을 사람인 경우 도화서 화원보다는 더 낮은 신분으로 대우를 받았을 것이다. 도화서에 응시 하였다가 낙방하였거나, 출생의 근거도 모른 채 장돌뱅이로 떠돌아 다니며 재주를 익혀 생업의 수단으로 삼게 되었거나 어쨋든 그 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을 것은 사실이다. 가령 절의 창건시에 단청과 벽화따위를 올리는 일에 수십 수백의 인력(승속을 막론하고)이 동원되었다는 사실은 그것들을 증거하고 남음이 있다. 그처럼 많은 인력이 있을 수 있는 기반은 사회적 수요 없이는 불가능 한 것이다. 朝鮮후기에 특히 많아지는 민화(일반적으로 요즈음 불리워 지는 개념으로서의 민화)는 단편적인 기록에 의하면 상민, 서민의 집인 여염집에서 문간이나 마루벽에 즐겨 붙여 놓는 그림이며, 호랑이, 까치, 매 따위가 그 주요한 소재를 이룬다. 그 까닭은 그것이 액막이 그림이며 초복(招福)을 뜻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또한 용 그림은 가뭄이 들어 농사가 어렵게되면 지내는 기우제의 중심 신상으로 걸려 있게 마련이다. 또 처용, 닭, 호랑이, 귀신 따위의 그림을 명절의 이른 새벽에 붙여 몹쓸 귀신을 쫓기도 한다(성현, '용제총화'). 또 단오절에 신상을 떠멘 무리들이 오색깃발을 날리며 마을에서 마을로 집집마다 누비는 풍습이 있다(동국여지승남). 그리고 모란꽃 그림은 큰 예식에 사용하기도 한다(유득공, '경도잡지'). 마찬가지로 꽃, 새 그림은 신방에 , 십장생 그림은 환갑 잔치에, 십이지 그림은 불교 행사에, 호렵도는 장군, 병사의 실내에, 혁필화는 점포벽면에 붙이거나 걸어 놓는다. 이상의 것들은 기록에의한 사실에 불과한데, 그러한 사실들에서 우리의 유추를 확인 해 보면, 민간 생황속에 펼쳐지는 사용의 폭은 가히 쉽게 짐작되는 바가 있다. 그보다 소중한 사실은, 그것이 제작 과정에서 부터 수요자가 직접 참가하는 상황 이다. 그때 한 유랑 화공이 있다고 하자. 그는 어려서 환치는 재주가 있었고, 자기 동네에서 가끔 나타나 이집 저집에 재미있는 글씨 그림이나, 예쁜꽃 그림 혹은 호랑이, 까치, 따위나 아니면 매 그림 및 삼재 부적의 판화등을 해 주고 사라지곤 하는 환쟁이를 보고 자랐다고 하자. 언젠가 흉년이 들고 집안이 풍지박살이 나서 떠돌이가 되어 농사 지을 엄두는 없고 , 그래서 그림을 그려주는 일을 하게 된다. 장날 장터 한 구석에 종이와 붓, 물감을 펴 놓고 등뒤 벽에 미리 그린 몇장의 그림을 븉이고 손님을 부른다. "이게 좋은께 하나 주슈" 몇냥이유?" 그러다가는 "아 참 호랭이는 액막이고 그위에 이왕이믄 복 좀 들라고 까치나 한마리 넣어 주시구려" 해서 까치가 넣어지고 또 귀찮지만 소나뭇 가지도 들어 간다. "색갈도 요런것 들어가면 좋것는디" 해서 그 색이 칠 해 진다. 그러다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도 "그거 좋은께 나도 똑같이 한장그려주슈" 유랑화공은 그렇게 한참 수요자의 요구에 맞추어 그들의 마음에 어울리게 전력을 다한다. 여담이지만 이렇게 얻은 한장의 그림이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나의 서재 한쪽 벽에 걸려 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렇게 환쟁이의 기량에 숱한 사람들이 합께 개입하는 "열린 제작 태도" 는 그야말로 중요한 점이 된다. 모두 함께 어우러지는 그림 그리기는 한 개인의 독창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장터에 뫃인 여러가지 사람들의 생각과 얘기, 바램이 그 속에 들어가는 일이 자연스럽게 그 그림판에서 이룩 된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 공동 제작이며, 시각 매체로서의 열린 매체, 열린 그림이다. 그래서 그 그림을 가진 사람도, 보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따로가 이닌 하나이며 서로가 일체화 된다. 그림도 그에 다른 별개가 되지 않은다. "굿판의 걸게 그림이 부추기는 시각적 격동" 은 사설과 가락과 몸짓의 유기적 관련으로 파악되는 열광과 환희일 것이며, 약동하는 전체의 바람속에 힘찬 민중의 오늘과 내일을 기약하는 진정한 해방감을 체험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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