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속예술, 각론 그 1.

1. 국악(國樂),

  민속악(民俗樂)은 정악(正樂)에 대칭되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국악을 민속악과 아악(雅樂)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아악은 미학적(美學的)인 내용이 정악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정악에 포함시킬 수 있다. 따라서 국악은 민속악과 정악으로 분류 해야 한다. 민속악은 감정을 표현하는 음악이고 정악은 감정을 억제, 승화시키는 음악이다. 이러한 기준에서 보면, 판소리, 산조, 잡가, 민요, 무악, 농악등은 민속악에 속하고 아악에 속하는 음악과 풍악, 가곡, 가사, 시조, 범패는 정악에 넣어야 한다. 민속음악은 서민들의 생활속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나와서 발전한 음악임으로 음악 만 있지 그것에 관한 문헌도 이론도 악보도 없다. 전통음악의 특성과 한국인의 영혼이라는 한명희의 글로 좀더 구체적으로 먼저 정악(아악)에 관하여 알아 보자.

1). 정악(아악),

  무릇 예술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어덯게" 라는 물음에 대한 처방처럼 무의미하고 싱거운 일은 없을 것이다 라고 그는 서두에서 말 한다. 예술의 향유란, 어디까지나 각자의 주관에 좌우되는 것이라고 할수있기 때문이란다. 사실 어느면으로는 어설픈 작품해설이 진정한 감상을 저해히는 경우도 흔히 있다. 주관이라는 나래를 펴서 상상의 세계로 주유할 수 있는 절대자유를 종종 작품해설자라는 침입자가 훼방을 놓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들 주변의 여러 분야에서는 "어덯게" 라는 물음이 자주 있어 왔고 이에 대한 각양각색의 해답들이 지면을 메꾸어 왔다. 높게는 예술분야의 본질을 파 헤쳐보려는 학구적인 차원에서, 낮게는 그저 초심자의 입문을 위한 관광안내격으로 자주 물어오고 답 해 왔다. 그러고 보면 이 "어덯게"라는 물음이 이에대한 답변은 논리성의 당착에도 불구하고 꽤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다. 여기 "국악을 어덯게 들을것인가" 라는 물음도 우리음악에 대한 이해가 같지않은 대부분의 국외자들에게 효혐있는 양약이 될것으로 믿으며, 따러서 이글의 의의도 일반시정인들이 낯선 국악과 한발 가까워 질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한다. 이어서 그는 이끼푸른 전통의 국악이 모처럼 돌아온 후손들에게 시종 침묵으로 일관한 면도 있지만, 이미 우리의 젊은 후손들은 이미 공통의 언어를 잃은지 오래된 것이어서 마치 박물관에 진열된 국보급의 명품앞에서 별다른 감동 없이 돌아서는 초심자의 경우와 다를바 없는 현상처럼 국악과의 정서적인 교감의 실패하는 주된 원인은 무엇보다도 몸에 읶혀 온 서양음악적 지평에서 국악을 바라보려고 하는데 있다고 하겠다 서로 다른 문화권, 토양에서 자라온 예술을 어느 한쪽의 척도만으로 잴려고 할때 거기에는 반드시 크나큰 괘리가 따르게 마련이다. 예를들면 우리음악을 이질적인 문화권에서 자라 온 음악과 비교 악식(樂式)이 어덯고, 화음(和音)이 어덯고, 음진행(音進行)이 어덯고 하는 식으로 대비평가하다 보면 오히려 국악의 실체는 숨어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그러면, 국악과 한발 기까워 질수없고, 어렴푸시나마 국악의 진수를 포착할 수 있는 길이란 자명 해 지는 것이다 . 국악을 있는 그대로 놓고 우리식으로 바라보고 우리식으로 그 고유의 특성을 찾아보는 길이라고 하겠다. 한명희는 그의 글 "전통음악의 특성과 한국인의 영혼"이라는 글에서  또 이렇게 말 한다. 먼저 국악의 두드러진 특성(특징)이라면 Tempo의 완만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의 인상은 Tempo가 느리다는것, 이점이 국악을 멀리하는 구실이 된다고 말 한다. 하지만, 바로 그 느린 Tempo가 국악의 본질에 가까운 특성이라는 것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고, 이혜구(李惠求 박사)는 그의 논문 "한국음악의 특성"에서 지적하고 있다. "감정을 절제한, 즉 중화(中和)의 정악, 첫째로 서완(느린Tempo)이다 . 음악뿐 아니라 모든 운동이 느리면, 여유가 있고 한가하고 화(和)하게 느껴지지만, 빠르면 마음이 조급 헤 지면서 흥분하게 된다. 마치 빠른걸음으로 산보하는 사람이 없드시, 흥분하고 천천히 말하는 사람 없다"라고 그의 "한국음악논 총"에서 말하고 있다. 국악에서 가장 느린곡에 해당하는 "二數大葉(이수대엽), 壽齊天(수제천), 上靈山(상령산)등의 Tempo는 한박자가 약 3초에 가깝다. 이 속도는 인간의 심장고동수 1분에 70이라는 속도 보다 무려 3배나 느린 속도 이다. 이같은 정중동(靜中動)의 느린속도는 확실히 자연의 속도와 일치하는 속도(Tempo)이며 모든 우주적 운동의질서와 부합하는 속도라 하겠다. 웬지 우리 선조들은 여러 우주적인 속성들을 관념적인 면에서 느린속도로 받아 들인것 같다. 결국 우리는 우주의 모습을 분석적으로 보지 않고 원경(遠景)으로 바라보는 셈이 되겠다. 창공에 홀로 떠있는 달을 보고, 스쳐가는 구름만 없었다면, 그 달이 움직이고 있다고는 전혀 느끼지 않는데, 그저 검푸른 바탕위에 수정덩이를 그려넣은 정물화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분석적으로 볼때 달의  속도는 30일에 지구를 한바퀴 돌정도의 쏜쌀같은 속도 일 것이다. 우리가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시골의 풍경을 보면서 "한적하다, 평화롭다, 잠자는듯 하다"라고 느끼고 표현 한다. 이처럼 정지된 한폭이 그림으로 대상을 바라 볼 때는, 느근한 속도감, 더 없눈 유장(有長)한 우주적관념의 Tempo에 바탕을 두고 사물을 원경으로 파악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같이 우리의 음악 정악은 원경으로 우주를 바라보는 자연에서 출발했다고 할수 있겠다. 中國의 고전 '악기(樂記)"에서는 음악의 출발점을 사람의 마음에다 두고 있다. 모든 音이 일어나는 것은 사람의 마음에서 발생되는 것이고 사람의 움직임은 사물이 그렇게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즉 음악의 근본인 음향(Sound)그 자체에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반응하는 인간의 심성에서 찾게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라고 하면서, 지악무성 지문무자(至樂無聲 至文無字, 훌륭한 음악은 소리가 없고 훌륭한 문장은 글자가 없다)라는 옛말은 이같은 경지를 설명 해 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국악이 목적으로 지향하는 세게는 무엇일까 ? 모호하나마 우주적이라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초지상적인 세계라 하겠다. 그것은 관조의 세계요 명상의 세계요 참선의 세계다. 즉 자연의 섭리, 우주의 조화와 혼연일체가 되는 망아의 경지라 하겠다. 그것은 장자(莊子)의 호접몽(胡蝶夢)의 비견되는 일체물화의 경지라 하겠다. 모든 일상적인 경지를 넘어선 나와 대상의 일치 된곳에는 이미 현실적인 개념의 음악이라는 것은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것이다. 국악의 우주적인 생리를 닮은 또 다른 특징으로는 선률적(旋律的)인 면을 들수 있다. 국악의 두드러진 특징의 하나로는 유장한 선률미를 빼놓을 수 없다고 하면서, 은근한 끈기와 민족성과도 상통 된다고 볼수 있는 선률의 장인(長引)은 영겁을 흘러가는 시간을 상징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고, 따라서 그것은 속절없이 우주적인 속성과 만나지는 것이라 하겠다. 세월이라는 시간성에 사계가 변해 가고 만물이 생성 소멸해 가듯 길고 조용한 호흡으로 물레처럼 뿜어 내는 그윽한 가락속애 내가 빠져들고 우주가 녹아든다. 끊길듯 끊기지 않는 유장한 가락이 급기야 저녁연기가 냉기에 밀려가듯 아스라이 사라져 가면 거기엔 다시 영겁이라는 우주의 시간성이 꼬리를 물고 이어 진다. 사라지는 가락속에 우주의 심연속으로 내가 빠져드는 것이다. 주체를 우주의 섭리속으로 이끌어 가는 고삐역활이 곧 우리 선률 가락의 유연한 속성임에 틀림 없다. 국악에는 시작은 있어도 그 끝맺음이 없다는 말이 가능하다. 일단 음악이 시작 되면 그것은 유구한 시간에 실려 얼마던지 계속되어 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손쉬게 들을 수 있는 민요형식을 보아도 그렇다. 짤막한 기본 Melody만 익히면 가사만 바뀌면서 부르면 얼마던지 반복시켜 길게 부를 수 있다. 정월보름날 밤, 답교놀이를 하며 흥청거리며 부르는 입창(立唱)도 마찬가지이다. 놀량부터 앞산타령, 뒷산타령, 잦은산타령 까지만 고정 Pattern이고 그 이상 길게 다른곡을 첨가해서 부르는것은 전적으로 그날밤 소리패들의기분여하에 딸린 것이다. "판소리"에서의 연창시간이 창자 마다 다른 것은 유사한 예라 하겠다. 황병기교수는 "한국전통음악의 미적특색"이라는 글에서 국악의 종지관(終止觀)은, 예전의 산조(散調)에서 김윤덕선생님은 끝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했다. 산조를 한참 배웠으면 끝은 자기가 알아서 더 연주하거나 그치거나 하는것이지 음악의 끝을 어덯게 선생이 가르쳐 주느냐 했다는 것이다. 시조창(時調唱)을 들어보면 어이없는 종지형을 발견하게 된다. 서양적인 종지감으로는 상상도 못할 이변이며, 중지에 해당한다고할까, 시조의 종장 끝구절인 "하여라" "하느냐" "어떠리"등을 아예 부르지를 않고 그 앞에서 별안간 뚝 그쳐 버리고 만다. 평시조(平時調)의 선률 하나라도 수천수의 시조시를 대입하여 부를수 있는 그 무한성을 감안하여 어짜피 끝을 볼수 없는 노릇이라면 아무데서나 쉬어보자는 심산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시조창의 종지부는 유별난데가 있다. 국악에서 무한대로 이어지는 의식의발현은 여기서만 끄치지 않고, 산령산 에서 잇대어 구곡(九曲)의 령산회상(靈山會相)이라는 조곡을 엮어서 연주한 솜씨하며, 그것도 모자랐던지 별곡(別曲)이라는 이름으로 몇곡을 더 첨부시켜서 시간을 연장하는 저의는 모두 우주의 영겁에 동화하려는 무의식적 표현이라 하겠다. 국악이 자연적인 섭리와 우주적인 조화에 융합하려는 흔적은 악기의 음색에서도 찾아 볼수 있다. 악기의 음색에서 우주적인 색갈의 음악이 잉태되어 있는지 아니면 우주적인 속성을 지향한 국악이기에 그런 악기들이 선택되었는지 꼬집어 말할수는 없지만 여하간 국악악기의 재료들은 서양악기 와는 다른데가 분명히 있다. 여하튼 널리 사용되는 국악악기는 그 만드는 재료가 식물성이라는 것을 지적해야 겠다. 옛부터 악기를 만드는 재료에는 8音이라고 하는 여덟가지 재료가 있는데, 금부(金部), 석부(石部), 사부(絲部), 죽부(竹部), 토부(土部), 목부(木部), 혁부(革部), 포부(匏,박포部)가 그것이다. 이가운데 여러음악에 두루 쓰이는것이 사, 죽, 혁부의 악기들인데 특히 사, 죽부의 악기들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정악을 죽풍류(竹風流)와 사풍류(絲風流)로 구분 할 만큼 널리 애용 되고, 이들 현악기들과 관악기들은 그 제작재료가 거이 식물성이다. 다시말해서, 서양악기의 대부분은 쇄붙이인데 비해서 국악기는 자연물 그대로의 식물질 이다. 따라서 서양음악의 본질이 금속성이라면 우리 음악의 본질은 식믈성이다. 차디찬 금속성이 냉정과 절도의 논리와 지성을 낳았다면, 우리의 그것은 정감의 음악을 키웠다고 볼 수 있다. 악기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서 東과西의 자세가 판이하게 다름을 엿볼수 있다. 금속성의 악기는 반드시 근본적인 인공의 공정을 거쳐야 하지만 식물성의 악기는 그대로 자연의 일부만 옮겨만 오면 된다. 즉 자연물에 인공을 가한다는 것은 한층 적극적인 자세로 자연에 대한 도전이라 할수 있으며 후자는 자연에 대한 친화 내지는 순응의 자세라 할수 있겠다. 자연을 정복하려는 서양의 적극적인 의지와 자연의 철리에 승복하려는 우리의 관조저인 심성 사이에는 실로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동서양의 문화, 작게는 서양음악과 우리음악이 이질성은 바로 여기서 부터 분기점을 이루는 것이라 할수 있겠다.(중약, 한국의 민속예술 임재해편, 문학과지성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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