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에서 인종차별을 옹호한 인물들의 동상이 철거되고 있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계기로 일부 시장들이 동상을 철거하고 나선 것이다. 시위대는 해당 동상들에 스프레이 낙서를 하는 등 인종차별에 분노를 표출해왔다.

레바르 스토니 리치몬드 시장은 3일(현지시간) 시내 모든 남부연합군 기념물을 제거하는 시 조례 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세워진 남부연합 기념물은 노예제와 불평등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여겨져 왔다. 시위대는 특히 남북전쟁 때 남부군 총사령관을 맡아 ‘인종차별’의 상징이 된 로버트 에드워드 리 장군 동상 앞에서 시위를 벌여왔다. 이 동상은 시위자들이 스프레이 페인트로 가장 많이 낙서한 기념물 중 하나였다.

버밍엄시도 지난 1일 린 공원의 남부연합군 기념비 철거를 명령했다. 시위대가 이 공원에서 115년 된 남부연합군 병사와 해군기념비에 낙서를 하는 등 훼손에 나선 지 하루 만이다. 인구 다수가 흑인인 버밍엄시는 그동안 기념비 철거를 위해 앨라배마주와 소송전을 벌여왔다. 기념비 철거가 앨라배마주의 ‘기념물 보존법’ 위반이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시가 패소했지만, 랜달 우드핀 버밍엄 시장은 이번 시위를 계기로 철거를 강행했다. 철거한 날은 앨라배마주가 공휴일로 기리던 ‘제퍼슨 데이비스의 날’이기도 해서 주목받았다. 제퍼슨 데이비스는 남북전쟁 당시 흑인 노예제를 지지한 아메리카 연합국의 대통령이었다.

이날 필라델피아시는 “백인 후보에게 투표하라”는 말로 유명해진 프랭크 리조 전 시장의 동상을 철거했다. 1972년부터 1980년까지 재임한 리조 전 시장은 소수인종과 성소수자들을 공격적으로 감시해 인종차별의 상징이 된 보수 정치인이다. 최근 시위대가 동상을 무너뜨리려거나 기단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짐 케니 필레델피아 시장은 내년에 리조 전 시장의 동상을 철거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시위를 계기로 철거 시점을 앞당겼다. 케니 시장은 “동상 철거는 우리가 가려는 길의 끝이 아니라, 우리 도시의 치유 과정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아온 프랭크 리조 전 필라델피아 시장의 동상이 지난달 30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대의 낙서로 훼손돼 있다. 필라델피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