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노이의 진실 **

2019.03.03 17:51

김승훈(41) 조회 수:125

하노이의 진실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이번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만큼 한미 양국 언론의 시각 차를 보여준 사건이 또 있을까. 한국 언론은 회담이 열리기 전부터 500명에 달하는 취재진을 보내 시시각각으로 현장 중계를 했다. 이에 비해 미국 언론은 27일 주요 뉴스시간에 정상회담 뉴스는 짤막하게 다루고 오히려 트럼프의 전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의회증언을 더 자세히 보도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담은 허무하게 성과없이 끝났다. 대부분의 경우 정상회담은 실무진이 합의사항을 다 만들어 놓고 정상은 카메라 세례 속에 서명만 하는 요식행위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트럼프는 실무진의 보고를 받고 뒤에서 지시하는 대신 김정은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직접 만나 담판을 짓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가 이번 하노이의 외교 참사다. 말로는 좋은 대화를 나눴고 많은 진전이 있었으며 앞으로도 협상을 하겠다고 했지만 트럼프 재임 기간 북핵 문제 해결은 물 건너 갔다고 봐야 한다.

이번 회담이 깨진 직접적인 이유는 김정은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모든 제재 해제를 요구하자 트럼프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플러스 알파’를 원했기 때문이었다고 전해진다. ‘플러스 알파’에는 영변 외에 기타 핵농축 시설과 대륙간 탄도탄(ICBM)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회담 결렬 후 트럼프가 말한 비밀 핵시설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미국이 비밀 핵 농축 시설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다는데 놀라움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이 시설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평안남도 남포 인근에 있는 강선 기지로 연변보다 규모가 2배 큰 우라늄 농축시설로 보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전문가들은 제3의 핵 기지일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영변 말고도 여러 개의 핵 농축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 중 영변 하나만 포기하고 제재를 풀려다 미국이 비밀기지의 존재를 지적하자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2002년 제임스 켈리 특사가 북한을 방문, 몰래 고농축 우라늄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따지자 처음에는 깜짝 놀라 부인하다 나중에 실토한 사건을 연상시킨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은 판이 깨질 가능성이 뻔히 보이는데 트럼프와 김정은은 하노이에 왜 갔을까 하는 점이다. 한가지 가능성은 김정은의 오판이다.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자신이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들어주고 외교적 승리로 포장하려 할 것으로 봤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마이클 코언의 배신과 특별검사의 수사, 연방지검의 수사 등으로 곤경에 빠진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약해질 수 있다. 북한에 대해 당당하고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미국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쨌거나 이번 회담으로 북한은 순순히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이 분명히 드러났다. 정말 핵을 포기하고 개혁 개방의 길로 나서겠다면 트럼프의 요구를 거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북한 핵 포기라는 환상을 갖고 있는 이들은 하루 속히 헛꿈에서 깨어나기 바란다.

<한국일보 오피니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01 ** 굿바이 패티김 - 그녀의 마지막 노래 & 아모르 파티 ** 김승훈(41) 2019.03.19 201
700 ** 만남의 기술, leverage, 갈비, 김치찌게&짜장라면 ** 김승훈(41) 2019.03.17 141
699 ** 미국 의료보험 메디케어 & 살사 ** 김승훈(41) 2019.03.16 119
698 ** 님의 향기&영어패턴 ** 김승훈(41) 2019.03.14 107
697 **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 김승훈(41) 2019.03.06 161
696 ** 플리핑 투자 ** 김승훈(41) 2019.03.05 141
» ** 하노이의 진실 ** 김승훈(41) 2019.03.03 125
694 ** 월남 패망 우리에게 남긴 것 ** 김승훈(41) 2019.02.27 165
693 ** 베둘레헴 박멸 방법,녹 제거법 ** 김승훈(41) 2019.02.27 117
692 ** 톨스토이 불륜을 말하다 ** 김승훈(41) 2019.02.27 158
691 ** [백년전쟁 스페셜 에디션] 프레이저 보고서 1부 ** 김승훈(41) 2019.02.22 132
690 **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지 말자 ** 김승훈(41) 2019.02.21 105
689 ** 백년전쟁 ** 김승훈(41) 2019.02.10 107
688 ** 나는 누구인가? ** 김승훈(41) 2019.02.08 132
687 ** 민주당 대선의 ‘첫’ 선두주자 ** 김승훈(41) 2019.02.02 138
686 ** '황금푸드' 강황의 놀라운 효능 6 ** 김승훈(41) 2019.01.30 130
685 ** 효암학원 채현국 이사장 ** 김승훈(41) 2019.01.22 224
684 ** 럭키 서플라이 (Lucky Supply Inc.) ** 김승훈(41) 2019.01.18 280
683 ** 평범함을 거부한다 ** 김승훈(41) 2019.01.16 111
682 ** 어떻게 살것인가? ** 김승훈(41) 2019.01.15 425
X
Login

브라우저를 닫더라도 로그인이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로그인 유지 기능을 사용할 경우 다음 접속부터는 로그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게임방,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이용 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니 꼭 로그아웃을 해주세요.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