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2 12:57
미국에 와서 처음 내 집을 갖게 된 건 작은 아이가 중학교를 갈 무렵이었으니 벌써 16년 정도 되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게 되었고 넓은 마당에서 많은 집안 대소사를 이웃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이사하면서 심었던 배나무는 제법 실한 열매를 선물했으며 심어져 있던 레몬 나무는 열매가 너무 많아 가지를 받쳐줘야 될 정도로 풍성해졌다. 이민 올 때보다 짐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얼마나 버리지 못하고 살았는지 요즘은 날마다 느끼고 산다. 이번엔 아이들에게 묻는다. “얘, 너 안 가져간 거 버려도 되지?” “엄마, 좀 가지고 계시면 안돼요? 다 추억이 담겨서 버리기는 아깝네. 나중에 집 넓어지면 가져갈게요.” 어쩜, 온 식구가 똑같다. 한 집에서 10여년을 살았다고 이렇게 버려야 할 많은 것들을 짊어지고 사는데 하물며 몇십년 사는 인생 동안 얼마나 많은 버려야 할 것을 내 안에 가지고 있을까? 우리는 내 고집, 욕심, 미움, 질투 등 원하지 않는 많은 것들을 내 안에 담고 산다. 사랑, 배려, 이해와 같이 선한 것들만 담고 살면 좋으련만. 정리하기로 맘먹었으니 버릴 것들은 과감하게 버리고 담아야 할 것들만 담으면서 미련 없는 나그네 삶이 되게 해야겠다. ‘자, 무엇부터 버릴까?’ <양주옥 피아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