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차림에 관한 편견 **

2015.12.31 01:03

김승훈(41) 조회 수:2219


<옷차림에 관한 편견>

얼마 전 EBS에서 ‘옷차림이 주는 편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실험 결과 사람들은 옷차림에 따라 그 사람의 지위, 인품이나 성격을 다르게 판단한다.
단지 옷을 다르게 입었을 뿐인데도 지적인 모습, 완고한 모습, 천박한 모습 등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주인공 줄리아 로버츠는 허름한 옷을 입었다가 호텔지배인에게 천한 여자로 무시되어 쫒겨 난다. 
하지만 며칠 후 고급 옷을 입고 가자 호텔직원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신은 ‘마음’을 보고 판단하고, 사람은 ‘겉모습’을 먼저 본다.

사람들은 겉치레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면 2-3분 내에 첫인상을 형성하고, 그 때 가장 중요하게 취급하는 정보가 ‘외모’와 ‘복장’이다.
사람들은 복장을 통해 그 사람의 교육수준, 직업, 가정환경, 신분, 심지어 ‘성격’까지도 판단한다.

<복장은 ‘정직성’ 판단에 영향을 주는가.>

복장이 그 사람의 정직성을 판단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심리학자 빅맨은 공중전화 동전 반환구에 미리 동전을 놓아두었다. 
실험자는 약간 떨어져서 전화부스(booth) 주변을 관찰하고 있다가 사람들이 통화를 끝내고 그 동전을 자기 주머니에 집어넣으면 그 사람에게 다가가 “제 동전이 거기 있을 텐데 혹시 보지 못했습니까”라고 질문을 한다.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과 ‘허름한 작업복 차림의 남자’가 질문을 할 때, 그리고 ‘산뜻한 정장 코트 차림’과 ‘허름한 블라우스 차림’의 여자가 질문을 할 때를 나누어 분석하였다.
200명의 관찰자를 조사한 결과 ‘정장차림의 실험자’에게 동전을 돌려주는 경우가 ‘허름한 차림’보다 2배나 많았다.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르는 사람에게 버스비를 빌려달라고 부탁을 할 때도 ‘잘 차려 입은 사람’에게 빌려주는 경우가 월등히 높았다.

<잘 차려입은 복장은 ‘신뢰감’을 주는가.>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옷차림에도 신경을 쓰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잘 차려 입은 사람에게 설득을 더 잘 당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는 이런 편견을 비꼬는 내용이 나온다.
“나는 어린왕자가 살던 별이 소행성 B612호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 행성은 딱 한번 1909년 터키 천문학자에 의해 망원경에 잡힌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국제 천문학회에서 자신의 발견을 훌륭히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그가 입은 옷 때문에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어른들이란 모두 이런 식이다. 터키의 한 독재자가 국민들에게 서양식 옷을 입지 않으면 사형에 처한다고 강요한 것은 소행성 B612호의 명성을 위해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 천문학자는 1920년에 매우 멋있는 옷을 입고 다시 증명을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모두들 그의 말을 믿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무시하고 누군가 먼저 건너면, 무의식 중에 다른 사람들도 따라 건넌다.
프리드와 챈들러라는 연구원은 옷을 잘 입은 경우와 초라하게 입은 경우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조사했다.
실험결과 허름한 옷차림의 사람이 무단횡단을 하면 4%만이 그를 따랐지만, 정장 차림의 신사가 신호를 무시하고 건너면 무려 4배의 사람이 그를 따라 무단 횡단을 하였다.
이처럼 옷을 잘 차려 입은 사람에게 쉽게 설득된다는 것이 확실히 밝혀졌다.

‘울긋불긋한 옷이나 청바지 차림’보다는 ‘짙은 색 정장 차림’의 강연자의 강연에 청중들이 더 집중하고, 그 내용을 더 신뢰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위기상황에서 사람들은 ‘차려입은 사람’의 지시에는 잘 따랐지만, ‘허름한 차림을 한 사람’의 지시에는 전혀 따르지 않았다.

<‘비싼 명품 옷’이 아니라,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옷차림’이 필요하다.>

발명왕 에디슨이 처음 뉴욕에 갔을 때 이야기이다.
한 친구가 “명색이 발명가인데 그럴싸하게 옷을 입는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에디슨은 “나를 아는 사람도 없는데 뭘 입어도 마찬가지지”라고 말했다.

나중에 에디슨이 유명해진 후 다시 뉴욕에 가게 되었다.
친구가 “이제 너도 유명인사가 되었으니 옷 한 벌 정도는 빼입어야지”라고 권했다.
에디슨은 “나를 못 알아보는 사람이 없으니 뭘 입어도 마찬가지야”라고 응답했다.

주역에서는 이러한 처세를 백비(白賁)라고 한다.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백색의 꾸밈”이라는 뜻인데, “꾸미지 않은 꾸밈”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좀 다른 비유이기는 하지만,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가 신제품 발표장에 청바지를 입고 나오면 그럴싸 한데, 일반인들이 그런 큰 자리에 캐쥬얼한 옷을 입으면 달리 보일 것이다.
성취를 이룬 자신감 있는 사람이라면, 무엇을 입어도 잘 어울린다.

옷차람이나 복장만을 신경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을 외양만으로 판단한다면, 그 것은 성숙한 태도가 아니다.

신은 ‘겉모습’보다는 ‘마음’을 보고 판단한다.
그래서 하느님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눈에 쉽게 띄게 해놓으셨다.
누가 키가 크고 작은지, 피부색이 검고 하얀지, 얼굴이 예쁘고 못 생겼는지, 몸매가 뚱뚱하고 날씬한지, 옷이 좋은지 초라한지.
이런 것들은 한번 쓱 보면 그냥 알 수 있게 해 두셨다.

그러나 누구의 마음이 따뜻하고 차가운지는 금방 알 수 없게 해 놓으셨다.
오래 만나며 마음을 주고 받지 않으면 알 수 없게 만드셨다.
편견이 있는 사람은 찾을 수 없도록 가장 소중한 것을 가장 깊이 감추어 놓으셨다.

‘내면의 중요성’에 대하여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외모는 내면의 또 다른 표현이므로, ‘차려 입어라’라는 말은 ‘비싼 명품 옷을 걸치라’는 것이 아니라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옷차림이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깨끗하고 단정한 복장이면 족하다.

<옮겨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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